성가대 리허설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는 같은 부분을 여러 번 반복해서 부르는 것이다.
“여기 다시 한 번 해볼게요.”
지휘자가 같은 마디를 다시 지적하고, 성가대가 다시 부른다. 틀린 부분이 있으면 또 멈추고, 다시 처음부터 부른다. 그렇게 한 곡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연습을 많이 했는데 음악이 크게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분명 처음보다 익숙해졌고, 악보도 어느 정도 외워졌는데 실제 연주에서는 같은 문제가 계속 나타난다. 이것은 반복 자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반복하고 있는지가 잘못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반복한다고 무조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반복 연습의 가장 큰 장점은 음악적인 움직임을 몸에 익히게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음형을 여러 번 부르면 호흡의 위치가 익숙해지고, 어려운 음정이나 리듬도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가사의 발음과 자음의 위치도 반복을 통해 정리할 수 있다.
문제는 잘못된 상태로 반복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소프라노가 특정 음에서 계속 낮아진다고 생각해보자.
지휘자가 “여기 음정이 낮아요. 다시 해볼게요”라고 말하고 같은 부분을 반복한다. 그런데 성가대가 왜 낮아지는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면, 똑같은 호흡과 똑같은 발성으로 다시 부르게 된다.
그러면 결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반복은 연습이라기보다 잘못된 습관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한 번 틀린 것을 다시 부르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부르는 것은 다르다
좋은 반복에는 반드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화음에서 음정이 계속 흔들린다면 단순히 그 화음을 다시 부르는 것보다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
호흡이 부족한 것인지, 특정 성부의 음이 지나치게 강한 것인지, 모음이 서로 다르게 형성되고 있는 것인지, 혹은 각 성부가 자기 음만 듣고 다른 성부와의 관계를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하나 수정한 뒤 다시 불러야 한다.
첫 번째에는 호흡을 바꾸고,
두 번째에는 모음을 통일하고,
세 번째에는 성부 간의 소리를 서로 듣게 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같은 부분을 반복하더라도 매번 다른 조건에서 음악을 경험하게 된다.
반복의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할 때 무엇이 달라졌느냐이다.
“처음부터 다시”가 항상 좋은 방법은 아니다
성가대 리허설에서 또 하나 흔한 장면은 작은 문제가 생기면 곡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곡 전체를 계속 반복하면 정작 문제가 발생한 부분에 사용할 수 있는 집중력이 줄어든다.
특히 긴 성가곡이라면 앞부분은 이미 잘 알고 있는데도 매번 처음부터 부르면서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문제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40마디에서 음정이 무너진다면 36마디부터 44마디까지만 반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음정이 문제가 되는 두 마디만 따로 떼어 연습할 수 있다.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는 앞뒤 음악을 연결해서 다시 불러야 한다.
이 과정이 있어야 연습한 내용이 실제 연주 속에 들어간다.
반복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다
합창은 혼자 연주하는 음악이 아니다.
따라서 같은 부분을 열 번 부르는 것보다 한 번 부르고 제대로 듣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지금 알토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들어보세요.”
“베이스의 음이 들리는 상태에서 이 화음을 다시 만들어보겠습니다.”
“내 성부만 맞추려고 하지 말고 전체 화음 안에서 자신의 음이 어디에 있는지 들어보세요.”
이런 방식의 연습은 단순한 반복과 다르다.
성가대원 스스로 자신의 소리와 다른 성부의 소리를 비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좋은 성가대는 지휘자가 모든 문제를 찾아주는 집단이 아니라, 단원들이 스스로 이상한 부분을 듣고 알아차릴 수 있는 집단에 가깝다.
같은 곡을 반복할수록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반복 연습에는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익숙해질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처음 부를 때는 악보를 보면서 모든 음과 리듬에 집중한다. 하지만 같은 곡을 여러 번 부르면 어느 순간부터 자동으로 노래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는 악보를 정확히 보고 있어도 음악을 적극적으로 듣지 않는다.
특히 성가대처럼 정기적으로 같은 곡을 연습하는 경우 이런 현상이 쉽게 발생한다.
그래서 반복할 때는 매번 다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첫 번째에는 리듬에 집중하고,
두 번째에는 호흡을 확인하고,
세 번째에는 성부 간 밸런스를 듣고,
네 번째에는 가사의 의미와 프레이즈를 생각하는 식이다.
그러면 같은 곡을 반복해도 단원들의 귀는 계속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인다.
좋은 반복은 결국 음악을 바꾼다
반복 연습은 합창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많이 부르는 것”과 “잘 연습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잘못된 상태에서 반복하면 잘못된 습관이 익숙해지고,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곡 전체를 반복하면 연습 시간만 길어진다.
반대로 문제를 발견하고, 원인을 찾고, 하나를 수정한 뒤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같은 곡을 부르는 횟수가 많지 않아도 음악은 분명히 달라진다.
결국 좋은 리허설에서 반복은 목적이 아니다.
반복은 변화가 일어나도록 만드는 도구다.
성가대가 같은 곡을 열 번 불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열 번의 반복을 거치면서 처음과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휘자의 리허설 능력이고, 동시에 성가대가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