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대가 빠른 곡에서 자꾸 서두르는 이유

빠른 찬양곡을 연습하다 보면 처음에는 괜찮았던 템포가 곡이 진행될수록 점점 빨라지는 경우가 있다.
지휘자는 일정한 속도로 지휘하고 있는데 찬양대는 자꾸 앞서간다. 특히 빠른 음표가 연속해서 나오거나 가사가 많아지는 부분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쉽게 나타난다.
이럴 때 단순히 “천천히 하세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찬양대가 느끼는 내부 박과 지휘자가 제시하는 템포 사이에 차이가 생겼기 때문일 수 있다.

빠른 음악에서는 박을 ‘기다리는 것’이 어려워진다

빠른 곡을 부를 때 단원들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음정, 리듬, 가사, 호흡, 다른 성부의 소리까지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 그러다 보면 다음 음을 정확한 순간에 부르는 것보다 미리 준비해서 빨리 부르는 쪽으로 움직이기 쉽다.
특히 짧은 음표가 반복될수록 이런 현상이 심해진다.
한 음을 부르고 다음 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다음 음을 먼저 준비하면서 실제 소리도 조금씩 앞서기 시작한다.
이것이 여러 단원에게 동시에 나타나면 처음에는 아주 작은 차이였던 것이 몇 마디 뒤에는 눈에 띄는 템포 상승으로 이어진다.

내부 박이 빨라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합창에서 말하는 내부 박은 쉽게 말해 외부에서 들려오는 지휘자의 박이 없어도 스스로 음악의 시간을 느끼는 능력이다.
좋은 합창단은 지휘자를 보면서도 자기 안에서는 일정한 박을 계속 유지한다.
그런데 빠른 곡에서는 이 내부 박 자체가 실제 템포보다 빨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지휘자가 분당 120의 속도로 지휘하고 있는데 단원들이 체감상 124~126 정도로 박을 느끼기 시작하면, 지휘자가 아무리 같은 속도로 움직여도 음악은 조금씩 앞으로 밀린다.
특히 곡의 에너지가 높아질수록 이런 현상이 쉽게 나타난다.
음악적으로 흥분하고 있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템포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사가 많을수록 서두르기 쉽다

빠른 찬양곡에서는 가사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단어를 발음해야 하기 때문에 단원들은 무의식적으로 가사를 미리 준비한다.
문제는 자음과 음절을 빨리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실제 박보다 앞서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같은 음형이 반복되거나 음절이 촘촘하게 배치된 부분에서는 “정확하게 부르는 것”보다 “다음 음절을 놓치지 않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이때 음악은 점점 앞으로 밀린다.
그래서 빠른 곡에서는 단순히 음표와 음정을 연습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사를 실제 템포에서 얼마나 편안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지휘자의 동작이 템포를 더 빠르게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지휘자의 제스처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빠른 음악이라고 해서 지휘자의 동작까지 지나치게 빠르고 크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
지휘자가 불안한 마음으로 계속 손을 빠르게 움직이거나, 박의 반동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단원들에게 실제 템포보다 더 빠른 움직임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작은 박 하나하나를 모두 강하게 보여주면 음악의 흐름이 지나치게 잘게 나뉘어 보인다.
빠른 곡에서는 오히려 큰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때가 많다.
단원들이 각각의 박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 마디 또는 한 프레이즈 전체를 하나의 움직임으로 느낄 수 있도록 지휘해야 한다.

빠른 곡일수록 ‘앞으로 가는 힘’과 ‘빨라지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빠른 음악에는 당연히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음악적인 추진력과 실제 템포 상승은 서로 다른 문제다.
좋은 빠르기의 음악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 박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반대로 템포가 계속 빨라지는 연주는 처음에는 에너지가 넘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호흡이 부족해지고 자음이 급해지며 성부 간 앙상블도 무너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리허설에서는 “더 활기 있게”와 “더 빠르게”를 구분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템포를 올리지 않고도 음악의 에너지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서두르는 부분은 템포보다 먼저 원인을 찾아야 한다

빠른 곡에서 계속 앞서가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무조건 느리게 연습하는 것보다 왜 서두르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사가 문제인지, 특정 리듬이 문제인지, 호흡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지휘자의 박을 단원들이 다르게 느끼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이 해결되면 다시 원래 템포로 돌아간다.
느린 템포에서만 정확하고 실제 연주에서는 다시 빨라진다면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
결국 목표는 느리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빠른 템포에서도 내부 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빠른 음악을 잘하는 찬양대는 단순히 빨리 부르는 합창단이 아니다.
빠른 속도 안에서도 자신의 박을 잃지 않고, 지휘자의 큰 흐름을 보면서 다른 성부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합창단이다.
빠른 곡에서 템포가 계속 빨라진다면 먼저 “왜 빨라졌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음악의 에너지가 너무 커서 그런 것인지, 가사가 부담스러운 것인지, 내부 박이 앞서고 있는 것인지, 혹은 지휘자의 제스처가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것인지에 따라 해결 방법은 달라진다.
결국 빠른 음악에서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안정된 시간감각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음악과 앞으로 달려가 버리는 음악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

말을 이용해서 리듬을 연습하기

가사가 복잡한 곡에서는 노래를 바로 시작하기보다 리듬만 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음정을 제거하고 가사를 일정한 박 안에서 읽어보면 단원들이 어디에서 서두르는지 쉽게 드러난다.
특히 빠른 곡에서는 가사를 빨리 처리하려는 마음 때문에 다음 음절을 미리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가사를 실제보다 느리게 읽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박 안에서 편안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듬이 안정되면 그 위에 음정을 다시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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