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 청음 능력을 만드는 리허설 테크닉
성가대 리허설을 하다 보면 지휘자가 계속해서 문제를 찾아내고 고쳐주는 경우가 있다.
“소프라노 음정이 낮아요.”
“테너가 조금 커요.”
“알토가 여기서 늦었어요.”
이런 지적은 당연히 필요하다. 지휘자는 합창의 문제를 정확하게 듣고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문제를 지휘자가 먼저 발견하고 직접 고쳐주는 방식이 계속되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긴다.
단원들이 자신의 귀로 문제를 판단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지휘자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예를 들어 어떤 화음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해보자.
지휘자가 바로 “알토 음이 낮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접근할 수도 있다.
“방금 화음이 어떻게 들렸나요?”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리허설의 방향이 달라진다.
단원들은 자신의 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다른 성부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누가 틀렸는지를 찾는 것보다 먼저 ‘무엇이 이상하게 들렸는가’를 스스로 찾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단원들의 청음 능력이 달라진다.
정확한 답을 알려주는 것과 듣게 만드는 것은 다르다
지휘자가 모든 문제의 정답을 알려주면 리허설은 빠르게 진행된다.
하지만 빠르게 해결되는 것과 단원이 성장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예를 들어 지휘자가 매번 음정을 잡아준다면 단원은 다음에도 지휘자의 도움을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먼저 스스로 음정을 확인하게 하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자신의 귀를 사용하는 습관이 생긴다.
특히 아카펠라 합창에서는 이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피아노도 없고 지휘자의 즉각적인 음정 교정도 없다면 결국 단원 스스로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틀렸는가’보다 ‘무엇이 들리는가’
청음 능력을 키우는 리허설에서는 질문의 방식도 중요하다.
“테너가 틀렸죠?”
보다는
“지금 테너의 음이 화음 안에서 어떻게 들리나요?”
라고 물어볼 수 있다.
“소프라노가 너무 커요.”
라고 바로 말하기보다
“어느 성부가 가장 먼저 들리나요?”
라고 질문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단원들은 단순히 지휘자의 판단을 기다리는 대신 실제로 합창의 소리를 분석하게 된다.
모든 부분을 자율적으로 해결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지휘자가 항상 질문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리허설에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즉시 수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특히 반복해서 같은 실수가 발생하거나 음악적인 방향이 명확한 경우에는 지휘자가 직접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다루지 않는 것이다.
단원이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문제라면 한 번 생각할 시간을 주고, 즉각적인 교정이 필요한 문제라면 지휘자가 명확하게 알려주는 식이다.
좋은 리허설은 지휘자가 말을 많이 하는 리허설이 아니다
지휘자가 계속 이야기해야만 좋은 리허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느 순간에는 지휘자가 말을 멈추고 성가대가 스스로 듣게 해야 한다.
한 구절을 부른 뒤 바로 설명하지 않고 잠시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다시 한번 들어봅시다.”
라는 말만 하고 같은 부분을 반복할 수도 있다.
두 번째에는 단원들이 첫 번째 소리와 다른 점을 스스로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성가대의 귀가 능동적으로 변한다.
지휘자의 역할은 ‘고치는 사람’에서 ‘듣게 하는 사람’으로
성가대가 성장할수록 지휘자의 역할도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
초기에는 지휘자가 많은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원들이 스스로 음정과 음색, 밸런스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좋은 합창단은 지휘자가 모든 문제를 말해주지 않아도 이상한 소리를 알아차린다.
“방금 화음이 불안했다.”
“테너가 조금 묻혔다.”
“마지막 음에서 음정이 내려갔다.”
이런 판단을 단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면 리허설의 수준은 완전히 달라진다.
지휘자가 모든 소리를 직접 고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성가대가 오랫동안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휘자가 일부러 한 걸음 물러나야 하는 순간도 있다.
결국 좋은 지휘자는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단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듣고 해결할 수 있는 귀를 만들어주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