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 없이 듣는 훈련과 아카펠라 전환법
성가대 연습에서 피아노는 매우 유용하다. 처음 배우는 곡의 음정을 알려주고, 파트별 음을 확인하며 리듬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곡을 어느 정도 익힌 뒤에도 계속 피아노에 의존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피아노가 없으면 음정을 잡지 못하거나 다른 성부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리허설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피아노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피아노를 없앨 필요는 없다
새로운 곡을 처음 접했을 때는 피아노를 충분히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특히 음정이나 리듬이 복잡한 부분에서는 피아노가 정확한 기준을 제공한다.
문제는 악보를 어느 정도 익힌 후에도 모든 음을 피아노가 계속 연주해주는 경우다.
이때부터는 반주의 역할을 조금씩 줄이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전곡을 반주하고, 그다음에는 어려운 부분에서만 반주한다. 이후에는 시작음이나 특정 화음만 제시하고 노래하게 한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전환하면 단원들이 갑자기 불안해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귀를 사용하게 된다.
피아노 없이 불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좋은 시점은 ‘음정과 리듬은 익혔지만 화음이 아직 불안한 단계’다.
이때 피아노를 계속 사용하면 단원들은 자신의 음을 건반과 비교하는 데 익숙해질 수 있다.
반대로 피아노를 멈추면 다른 성부의 소리가 훨씬 선명하게 들린다.
특히 긴 음을 유지하는 부분에서 효과가 크다.
소프라노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지, 베이스가 내려가고 있는지, 알토와 테너가 화음 안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지를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카펠라 전환은 짧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한 곡 전체를 피아노 없이 부르게 할 필요는 없다.
4마디나 8마디 정도의 짧은 구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피아노로 시작음을 준다.
그다음 피아노를 멈추고 해당 구간을 부른다.
끝난 뒤 다시 피아노로 음정을 확인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단원들은 ‘피아노가 없어도 음정을 유지하는 경험’을 조금씩 쌓게 된다.
특히 화음이 무너지는 지점을 찾는 데 효과적이다.
피아노를 끄면 지휘자도 들을 수 있는 것이 달라진다
반주가 없으면 단원뿐 아니라 지휘자의 귀도 달라진다.
피아노 소리에 가려졌던 작은 음정 변화와 성부 간의 밸런스가 훨씬 분명하게 들린다.
따라서 아카펠라 연습은 단순히 피아노를 사용하지 않는 훈련이 아니다.
성가대가 서로의 소리를 듣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피아노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
좋은 리허설은 피아노를 무조건 사용하지 않는 것도, 반대로 계속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곡을 배우는 단계에서는 피아노의 도움을 받고, 곡을 완성하는 단계에서는 점차 피아노를 내려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지금 이 부분을 피아노 없이도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가?”
대답이 ‘아직 어렵다’면 다시 음을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충분히 익힌 부분이라면 피아노를 잠시 멈춰보자.
그 순간부터 성가대는 피아노가 들려주는 음이 아니라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능력이 쌓일수록 아카펠라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합창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