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scendo와 Decrescendo의 실제 음악적 원리
성가대에서 다이내믹을 표현할 때 가장 흔히 하는 말은 “더 크게”, “더 작게”다.
악보에 crescendo가 있으면 점점 커지고, decrescendo가 있으면 점점 작아진다. 겉으로 보면 아주 단순한 문제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 합창에서 다이내믹이 잘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히 더 크게 불렀는데 음악은 오히려 평평하게 들린다. 반대로 음량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았는데도 음악적인 긴장감이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 차이는 다이내믹을 단순한 음량의 변화로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다.
합창에서 crescendo와 decrescendo는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는 작업이라기보다, 음악의 방향과 긴장감을 변화시키는 과정에 가깝다.
크게 부른다고 반드시 Crescendo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음을 길게 유지하면서 crescendo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단원들이 처음에는 작게 시작해서 크게 부른다.
그런데 소리가 커지는 것에만 집중하면 어느 순간부터 성대에 힘이 들어가고, 모음이 벌어지면서 소리가 거칠어진다.
소리는 분명 커졌다.
하지만 음악적인 긴장감은 떨어진다.
왜 그럴까?
Crescendo에는 단순히 소리를 크게 하는것 뿐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방향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같은 음량 변화라도 다음 음으로 연결되는 방향, 화성의 변화, 가사의 의미가 함께 만들어지면 훨씬 강한 crescendo로 들릴 수 있다.
합창의 다이내믹은 소리의 ‘크기’보다 ‘밀도’가 중요할 때가 있다
성가대가 작게 부를 때를 생각해보자.
단원들이 모두 소리를 약하게 만들려고 하면 성대의 접촉이 지나치게 불안정해지고 음정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러면 piano가 아니라 단순히 힘없는 소리가 된다.
좋은 piano는 작은 소리에서도 음정과 모음 그리고 긴장감이 살아 있다.
반대로 forte에서도 무조건 큰 소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각 성부가 자신의 음을 과도하게 밀어내면 소리가 퍼지면서 블렌딩이 깨질 수 있다.
그래서 합창에서는 음량뿐 아니라 소리가 얼마나 모여 있는지, 얼마나 선명하게 들리는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Crescendo는 ‘점점 크게’보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에 가깝다
음악에서 crescendo가 등장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작곡가는 단순히 “여기서 더 크게 노래하세요”라고 말하기 위해 crescendo를 적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음악적으로 어떤 지점을 향해 가도록 하기위해서 사용한다.
예를 들어 화성이 점점 긴장되는 상황이라면 성가대의 소리도 자연스럽게 그 방향을 따라갈 수 있다.
이때 단원들이 처음부터 큰 소리로 시작하면 더 이상 올라갈 공간이 없다.
반대로 시작점을 조금 절제하면 훨씬 큰 음악적 변화로 느껴진다.
그래서 좋은 crescendo는 마지막 음만 큰 것이 아니다.
처음의 소리를 얼마나 적절하게 절제했는지도 포함한다.
Decrescendo도 마찬가지다
Decrescendo를 단순히 음량을 줄이는 것으로 생각하면 음정, 박자, 리듬이 쉽게 무너진다.
단순히 소리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자음과 모음, 음정, 박자 그리고 리듬이 같이 떨어진다.
특히 합창에서 작은 소리를 만들려고 목소리를 지나치게 약하게 만들면 이런 현상이 쉽게 발생한다.
좋은 decrescendo는 소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소리의 에너지를 점차 줄이면서도 음정과 음색의 중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작은 소리로 끝나는 합창이 오히려 더 어렵다.
작게 부르면서도 음악의 중심을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사의 의미가 다이내믹을 결정하기도 한다
성가합창곡에서는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
합창곡의 가사는 단순히 음표 아래에 붙어 있는 글자가 아니다.
문장의 의미와 단어의 강세가 음악적인 방향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하나의 문장이 어떤 중요한 단어를 향해 진행되고 있다면, 그 단어를 향해 음악적 에너지가 모일 수 있다.
이때 실제 다이내믹의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청중은 자연스럽게 crescendo를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소리를 크게 만들었지만 가사의 핵심이 전혀 강조되지 않는다면 소리는 커졌는데 음악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그래서 성가대의 다이내믹을 만들 때는 악보의 crescendo 표시만 보는 것보다 가사의 흐름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화성도 다이내믹을 만든다
합창에서는 특히 화성의 변화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 화음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다른 화음으로 해결되는 순간을 생각해보자.
실제 소리가 크게 변하지 않아도 긴장과 해결의 관계만으로 음악의 에너지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crescendo가 적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모든 성부가 같은 비율로 커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성부가 중요한 음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소리의 무게를 다르게 배분할 수 있다.
따라서 지휘자는 “전부 크게”라는 지시보다 “어느 소리가 앞으로 나와야 하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이것이 합창에서 다이내믹을 만드는 중요한 기술이다.
모든 성부가 동시에 커질 필요는 없다
성가대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다.
crescendo가 나오면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가 동시에 음량을 키운다.
그러면 소리는 커지지만 음악의 구조는 그대로일 수 있다.
오히려 중요한 성부가 묻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베이스가 새로운 화성의 중요한 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음이 들리도록 만들어야 전체적인 긴장감이 살아난다.
소프라노만 크게 만드는 것이 반드시 더 강한 crescendo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다이내믹은 각 성부가 똑같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역할에 따라 서로 다른 비중으로 움직인다.
공간도 다이내믹을 바꾼다
성가대가 예배당에서 노래한다면 공간을 빼놓을 수 없다.
잔향이 긴 공간에서는 소리가 오래 남기 때문에 큰 소리를 계속 유지하면 음들이 겹쳐서 오히려 선명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공간에서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큰 다이내믹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잔향이 짧은 공간에서는 소리가 쉽게 사라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음량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같은 악보와 같은 성가대라도 장소가 바뀌면 울림의 정도에 따라 crescendo와 decrescendo를 만드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지휘자의 손이 커진다고 음악도 커지는 것은 아니다
지휘자가 crescendo를 표현할 때 팔의 움직임을 점점 크게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하지만 제스처의 크기가 곧 음악의 크기는 아니다.
때로는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도 강한 crescendo를 만들 수 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단원들이 그 움직임에서 음악의 에너지와 방향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
“더 크게”라는 명령보다 “앞으로 간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반대로 decrescendo에서는 단순히 손을 아래로 내리는 것보다 소리를 놓지 않고 점차 공간을 넓히는 듯한 제스처가 더 자연스러운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지휘자의 제스처는 볼륨을 조절하는 리모컨이 아니다.
음악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에 가깝다.
리허설에서 한번 실험해볼 만한 방법
같은 구절을 두 번 불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첫 번째는 crescendo가 나오면 모든 성부가 단순히 소리만 키운다.
두 번째는 크기의 증가를 절제하면서 가사의 방향과 화성의 긴장, 중요한 성부를 중심으로 음악을 만들어본다.
두 연주를 비교해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두 번째 연주가 소리가 커지지 않았는데도 더 강한 crescendo처럼 들릴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합창의 다이내믹이 단순한 볼륨 조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좋은 다이내믹은 숫자로 측정하기 어렵다
데시벨은 분명 유용한 물리적 측정값이다.
하지만 음악에서 우리가 느끼는 다이내믹을 데시벨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소리의 크기뿐 아니라 음색, 배음, 발음, 화성, 가사의 의미, 성부의 균형, 공간의 잔향이 모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의 음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그 방향을 찾으면 crescendo와 decrescendo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성가대의 좋은 다이내믹은 단원들이 소리를 크게 내고 작게 내는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게 시작할 때도 음악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크게 올라갈 때도 소리를 밀어붙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decrescendo는 소리를 줄이면서도 음악의 기초가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결국 crescendo는 단순히 커지는 것이 아니고, decrescendo는 단순히 작아지는 것이 아니다.
둘 다 음악이 움직이는 방향을 청중에게 들려주는 방법이다.
그래서 좋은 합창에서는 다이내믹의 변화보다 음악의 흐름이 먼저 들린다.